<aside> <img src="/icons/music-album_gray.svg" alt="/icons/music-album_gray.svg" width="40px" /> 1. Intro (부정굿)
</aside>
<aside> <img src="/icons/music-album_gray.svg" alt="/icons/music-album_gray.svg" width="40px" /> 2. 첫번째 날갯짓(떨림)- (지동굿)
호놀룰루 항에 도착한 그는 피곤한 눈을 깜빡이며 현실을 다시 한 번 마주했다. 나가사키에서 했던 신체검사에서 탈락할까 두려워했던 순간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검사관이 배에 올라왔기 때문에 그의 마음은 더욱 조여왔다.
“안형! 괜찮은거요? 요며칠 안색이 별로 안 좋아 보이던데.” 제물포에서부터 마음이 맞아 친해진 김씨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살폈다.
“괜찮소. 배가 좀 울렁거려서 힘들었지만, 지금은 괜찮소.” 그는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검사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조용히 기도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있었다. “제발, 무사히 통과하게 해주세요,” 그의 뒤에 있던 사람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는 그 사람을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검시관이 한 명 한 명을 검사할 때마다 그의 심장은 더욱 빨리 뛰었다. 드디어 그의 차례가 되었다. 검사를 하던 검시관이 갑자기 검사를 멈추고 옆 동료 검시관에게 무언가를 묻는 듯 했다. 문득 안색이 안 좋다고 하였던 김씨의 말이 떠올랐다. 그 사이, 그의 안부를 걱정해주던 김씨는 입국이 거부되었다. 고작 눈이 충혈되었다는 이유로…
“안형, 내 몫까지 잘 해내시오. 안형이 여기서 꼭 성공하는 모습을 보고싶소,” 김씨는 힘든 상황에서도 웃으며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리고 그 미소는 그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마침내 담당 검시관이 자리에 돌아와 그의 입국 서류에 도장을 찍어주었다. 그는 그저 자신의 무사함에 감사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배에서 내린 후, 그는 무리를 따라 농장행 기차를 타기 위해 이동했다. 기차역에 도착한 그는 낯선 땅에서의 새로운 시작을 꿈꾸며 기다림의 시간을 보냈다. 주위를 둘러보던 중, 그의 시선에 나비 한 마리가 날아왔다. 나비의 가벼운 날갯짓이 그의 무거운 마음을 잠시 잊게 했다.
그는 나비에게 말을 걸었다. “그래, 나도 너처럼 훨훨 날아보자,”
</aside>
<aside> <img src="/icons/music-album_gray.svg" alt="/icons/music-album_gray.svg" width="40px" /> 3. 떨리는 희망 (제석굿)
야속할 만큼 맑은 하늘 아래, 거리에는 폭격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손님이 끊긴 여관 앞에서 주인은 지친 몸을 이끌고 쓰레기를 주웠다. 분노의 돌팔매질에 깨진 유리창을 볼 때마다 그의 심장도 산산이 조각나는 듯했다.
그때, 한 사내가 급히 다가왔다.
“박 사장님!” 한인 교회의 목사였다. 숨이 가빴지만, 그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큰 소식을 가져왔습니다!” 목사는 손에 든 종이뭉치와 작은 버튼을 내밀며 말했다.
“한인 증명서입니다. 이제 사람들이 우리를 의심하지 않을 겁니다. 여관에 붙일 포스터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이 버튼도 꼭 달고 다니세요.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방패역할을 해줄겁니다.”
여관 주인은 버튼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정말 이게 효과가 있을까요? 어제도 경찰이 와서 여관을 샅샅이 뒤지고, 서류 뭉치까지 모두 압수해 갔습니다. 이제는 여관까지 빼앗길까 두렵습니다.”
목사는 그의 두 어깨에 손을 얹으며 단호히 말했다.
“지금은 우리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입니다. 비록 나라를 잃었지만, 우리가 버텨야 아이들과 가족을 지킬 수 있지 않겠습니까. 희망이 흔들릴 때도 우리끼리 의지하면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여관 주인은 손에 쥔 버튼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목사의 말이 그의 가슴에 깊이 새겨졌다.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목사님. 힘을 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목사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또한 다 지나갈 지니. 그리고 무엇보다 우린 함께입니다.”
</aside>
<aside> <img src="/icons/music-album_gray.svg" alt="/icons/music-album_gray.svg" width="40px" /> 4. 떨리는 손 (넋풀이)
칼리히 보건소 앞에서 한 할머니가 힘겹게 짐을 들고 버스에 오르려 했다.
“Help! Help!” 떨리는 목소리가 들리자, 청년은 서둘러 그녀에게 다가가 짐을 받아들였다.
“Chinese?” 할머니가 물었다.
“No. I am Korean,” 청년이 대답하며 자리를 양보했다.
할머니는 한국말로 고맙다는 말을 중얼거리며 자리에 앉아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가방 속에는 한국 마트에서 산 도시락과 파 한 단, 5킬로그램짜리 쌀, 그리고 떡국떡이 들어 있었다. 안타깝게도 도시락은 이미 흔들려서 내용물이 뒤섞인 상태였다.
“아유, 한국 청년이 너무 고맙네. 보통 중국인들이 잘 도와주는데, 오늘은 한국인도 잘 도와주네. 있다가 내릴 때도 좀 도와줘요. 손목이 아파서 들 수가 없어,” 할머니가 중얼거렸다.
“네, 걱정 마세요,” 청년이 답하며 미소 지었다.
버스가 출발하고 나서 할머니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아들, 텍사스에서 은행원으로 일해요. 내가 67년에 여기 처음 왔어요. 여기서 애들 아빠를 만났어. 근데 그 사람은 아이가 고등학생일 때 사고로 먼저 갔어요.”
할머니는 잠시 말을 멈추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푸른 하늘이 그녀의 눈에 비쳤다. 다시 할머니는 말을 이어갔다.
“큰애가 이번에 성적이 조금 떨어졌다고 지 아빠한테 혼나서 많이 속상해하고 있어.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떡국을 끓여주려고 장을 보러 가는 길이에요.”
청년은 할머니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으며, 이미 장바구니 안에는 떡국 재료가 가득했음을 떠올렸다. 하지만 아무 말 없이 옆에 앉아 함께 버스 여행을 계속했다.
잠시 후, 버스가 멈추자 할머니는 다시 도움을 요청했다.
“아이고, 나 좀 도와줘요.”
청년은 할머니의 손을 잡았다. 할머니의 손은 떨리고 있었기에 그는 그 손을 부드럽게 잡아, 할머니가 버스에서 천천히 내리실 수 있도록 도와드렸다.
할머니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가, 떡국떡이 든 장바구니를 가리키며 건너편 버스 정류장까지만 짐을 들어달라고 부탁했다.
</aside>
<aside> <img src="/icons/music-album_gray.svg" alt="/icons/music-album_gray.svg" width="40px" /> 5. 변화의 진동(액살풀이)
그녀는 섬의 시장을 돌아다니다가 작은 수공예 상점 앞에 멈춰 섰다. 나무를 조각하는 남자의 섬세한 손놀림이 눈길을 끌었다. 주변에는 아름답게 완성된 나무 조각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가게 이름이 'Saito's Crafts'라서 일본풍의 공예품이 있을 줄 알았는데, 작품들이 전반적으로 다른 분위기네요.”
남자는 고개를 들고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네, 제 작품은 조금 독특할 수 있어요.”
“정말 멋진 작품이네요. 직접 만드신 거에요?” 그녀가 물었다.
“네, 다 제가 만든 거예요.” 남자는 악수를 청하며 자신을 Loki라고 소개했다.
“그럼, 성은 Saito인가요?” 그녀가 상점 간판을 가리키며 물었다.
로키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네, 내 이름이 Lōkahi Saito예요. 로키라고 불러요.”
“일본 분이세요?” 그녀가 놀란 듯 물었다.
로키는 웃으며 대답했다. “글쎼요? 아시안 하와이안이라고 하면 될 것 같아요.”
“아시안 하와이안이요?” 그녀는 물었다.
“한국인이죠? 아빠는 반은 일본 반은 사모안계이고, 엄마는 한국계에요. 어릴 때부터 엄마랑 할머니가 김치 담그는 법을 가르쳐주고, 조각하는 것도 같이 했어요.” 로키가 말했다.
그녀는 로키를 바라보며 여러 생각을 정리하려 애썼다. 그의 말이 생각보다 더 깊은 의미를 지닌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는 묻지 않고, 그 자리에 서서 로키가 조용히 나무를 다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의 손놀림은 마치 공간에 작은 떨림을 만들어내며 그녀의 마음에도 미세한 흔들림을 전하는 듯했다. 창밖으로는 바람이 살며시 불어와, 그 사이로 얽힌 이야기가 흘러가는 기분이었다.
</aside>
<aside> <img src="/icons/music-album_gray.svg" alt="/icons/music-album_gray.svg" width="40px" /> 6. 3박의 공명 (대신풀이)
카피올라니 공원의 푸른 잔디 위에서 케니는 장구를 두드리며 학생들에게 리듬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의 백발이 바람에 흩날리며 전통 음악에 빠진 모습은 마치 한복을 입은 한국 할아버지처럼 보였다.
수업이 끝난 후, 공놀이를 하던 한 한국 아이가 다가와 물었다. “할아버지, 한국 사람이세요?”
케니는 웃으며 답했다. “글쎄, 넌 어떻게 생각해?”
아이는 고민한 후 말했다. “진짜 한국 사람이에요? 난 한국 사람이에요.”
케니는 장구를 두드리며 물었다. “그럼 이 장단이 뭔 줄 알려나?” 그의 손을 통해 굿거리 장단이 흘러나왔다.
아이는 놀란 눈빛과 함께 대답했다. “오잉! 한국 사람 진짜 맞아요?”
케니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 나는 미국 사람이야.”
아이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런데 왜 한복을 입고 장구를 치세요?”
케니는 장단을 멈추고 말했다. “한국 사람만 한복 입고 장구를 쳐야 해?”
아이는 “그래도 한복과 장구는 한국 건데…”라며 멋쩍어 했다.
케니는 장구를 건네며 말했다. “그럼 한국 사람인 너가 한번 쳐봐라, 허허"
아이는 당황하며 말했다. “저요? 장구 칠 줄 모르는데요.”
그때, 케니의 제자가 다가와 말했다. “케니 선생님, 뭐하고 계세요? 아이가 장구 배우고 싶대요?”
제자는 어린이에게 설명했다. “케니 선생님께서는 하와이 한국 음악계의 큰 어른이시란다. 예전에 한국에서 정말 유명하신 선생님이 하와이로 오셨는데, 케니 선생님이 바로 그 전통을 이어가고 계셔. 너가 선생님께 장구를 배울 수 있다면 정말 큰 행운인거야.”
어린이는 경이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와, 멋있어요! 그런데 미국 할아버지인데 왜 한국 음악을 하세요?”
케니는 회상하며 말했다. “처음 나의 선생님을 만났을 때, 그 분의 음악이 나를 매료시켰단다. 선생님은 장구를 치시면서 노래하고 계셨거든. 한국 음악은 보통 세 박자 장단을 많이 사용한다는걸 알고 있니? 그날의 음악도 삼박이었어. 그 삼박이 주는 독특한 평온함은 지금도 잊을 수 없어. 그렇게 한국 음악에 빠져들게 되었지.
케니는 장구를 다시 두드리며 말했다. “너도 느낌이 오니?” 아이는 장구를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aside>
<aside> <img src="/icons/music-album_gray.svg" alt="/icons/music-album_gray.svg" width="40px" /> 7. Outro (시석)
</aside>
◀️이전 목차